어사 박문수

옛날에 박문수 어사는 유명한 남도 어사더라. 재량과 덕망이 조야에 충만하더니, 이 때에 호서적(湖西賊) 이인좌(李麟佐)등이 반군을 일으켜 병사 이봉상과 영장 남연평을 죽이고 안성(安城)의 청룡산성에 진을 쳤더라. 봉조하 최규서가 변을 고하매, 영묘조(英廟朝) 대경하사, 박문수를 명하여 난적을 토벌한 후 오히려 백성의 근심을 보찰하사 특별히 박문수를 명하여 팔도 암행어사로 제수하시니, 박문수가 고두사은하고 수의사모로 팔도에 암행할 새, 폐의파립에 죽장망혜로 행운유수를 따라 한강이남 경기, 충청, 경상도로 시작하여 수령방백의 행정득실과 각동 각리의 인민정황을 일일이 수색한 후에, 전라도로 들어갈 제, 일면 덕유산(德裕山) 속으로 들어가니, 덕유산이라는 곳은 남방의 유명한 장산이라 골자기가 심히 깊으매, 봉만이 중첩하여 주야사시에 운수가 끊이지 아니하고 시랑(狼)등 맹수가 배회하니 거기 사는 백성 이외에는 나는 새라도 함부로 출입을 못하는 곳이었는데, 박어사가 긴 골짜기, 꼬부라진 오솔길로 밟아 들어가니, 어언간 해는 서산에 떨어지고 황혼이 스미어 오는데 심산궁곡에는 길이 없어지고 울울창창한 수림 사이에서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만이 들리어 오더라. 무주공산에 종일을 방황하던 박어사이매, 기갈이 자심하여 낙엽 위에 엎드려 있었더니, 그의 앞쪽에 등잔불이 은은히 비치거늘, 박어사는 한 편 기쁘고 한 편 졸립기도 한지라 등불을 찾아 들어가니, 천만 의외에도 인가가 즐비한 엄연한 대촌일러라. 이때는 이미 야심하여 집집이 문을 닫고 만리가 고적한데 한 골목에 당도하니 창밖으로 등불이 비치매, 방안에서 사람의 소리가 괴이하게 들려오매, 어사가 크게 놀라 한 옆으로 피해 창틈으로 엿들으니, 늙은 사람 하나가 단도를 빼어 들고 누운 사람의 배 위에 올라앉아서 칼로 찌르려 하며 가로되,
"이놈 죽어라! 이놈."
소리를 연발하는데 누운 사람은 다만,
"죽겠사옵니다."
하는 말 뿐, 다른 말이 없거늘, 어사는 정신을 진정하여 기침을 크게 하고 창문을 두드려 주인을 부르니, 방안이 괴괴하매, 이윽고 주인이 나와 영접하니라. 어사또 주인을 따라 방안에 들어서니 누웠던 이는 없어지고 단도를 가지고 행흉(行凶)하려 하던 사람 뿐이라, 어사는 좌정한 후에 자기의 성명과 거주를 통하며 길을 잃고, 들어온 시말을 말하니 늙은 사람이 만면수색으로 대왈,
"성은 유씨요 이름은 안거입니다."
하고, 길이 탄식하고 한숨을 쉬더니 안으로 들어가 반과(飯菓)를 가지고 나오더라. 어사는 치사하며 밥상을 받은 후에 주인의 내력을 자세히 물으니 유안거라고 성명을 밝힌 주인이 즐기어 제 신상 밝히기를 꺼리는 고로 박어사가 간곡히 반문하니까 그제서야 자기의 전후 시말을 차례로 말하는데, 본적은 한양이었고 그의 처 최씨와 더불어 세 살된 아들 득주 하나를 데리고 덕유산 아래로 낙향한지 열두 해에 득주의 나이 장성했거늘, 무주(茂朱)의 김경언의 질녀와 더불어 성취시켰으되, 가계는 앉아먹는 판이라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였더라. 마침 이 동리의 구화선이라는 사람의 소개로 이곳으로 이사하여 오늘날까지 학구로 종사한지 십여년으로 이곳의 환경은 사방 육십리가 무인지경이매, 토인이 개척한지가 어느 시대인지 이상하나 다만 구가와 천가 두 성받이가 전하여 거주함으로 이 동네 이름을 구천동이라 칭하더라. 구천동 백여호에 내 집 하나이 섞이어 사는 것이나 양성(兩姓)의 학채 수입으로 처음 들어올적 보다는 생활정도가 풍족하다 하더라.
박어사는 다시 묻기를,
"내 주인께 오늘 저녁의 일을 묻고자 하니 일야지정이 만리성이라 주인은 모름지기 은휘하지 마시오. 아까 창밖에서 내가 들으매, 주인이 소년을 대하야 행흉코자 함은 어찌한 연고이닛가?"
유안거가 놀라며 말이 없더니 한참 후에 왈,
"공이 이미 알고 있는지라 어찌 말하지 아니하리요. 그 소년은 곧 나의 아들 득주이니, 이웃에 천운거라 하는 자가 있어 저의 재종질녀를 취하여 며느리를 삼으니 그 아들의 이름은 천동수라 합지요. 천운거의 집이 본시 난잡하여 동수의 처가 부정한 행실이 있은 지 오래인데 이웃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요. 불의에 내 자식 득주와 이번에 간통하였다는 것으로 천운거의 부자가 서로 꾀하기를 제집 부녀가 실행하였음은 일문의 수치인지라 그 혐의를 보복코자 하여 유가의 집 부녀를 탈취하여 옴이 가하다 하고 내 집에 통지하였는데 그 내용이 해괴하기 그지없었읍지요. 내용인즉 내 아내 최씨는 천운거가 탈취하고 나의 자식 득주의 아내는 천동수가 탈취하되, 혼례의 정당한 의식을 좇아 같은 날에 성례할 것이라 하며 혼수와 잔치를 연일 준비하는 것이 아니겠소. 혼례일은 곧 내일이라 하니 오늘밤을 지나면 천가의 부자가 내 집에 와서 신부를 내어놓으라고 할 것이니, 강약이 부동으로 저의 하자는 것을 아니 좇지 못할 것이 아니겠나이까? 그 욕됨을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칼로 나의 자식을 죽이고 저들의 강포함을 피하고자 하니 공은 이곳에서 잠시도 머무르지 못할 것이니, 이 길로 멀리 인간처로 떠나서 급한 화를 면하소서."
박어사는 또 다시 묻되,
"명일 혼례하는 시간이 어느 때 어느 쯤이라 합디까?"
유안거 왈,
"신시 초가 되리라 합네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관청이 얼마나 되겠소?"
"분군 관부가 서남으로 칠십리 상거라 하더이다."
박어사는 혼연히 유안거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주인은 염려 말고 있으면 내 이 길로 나갈 것이며, 명일 신시가 되기 전에 좋은 소식을 전하리다. 부디 안심하시오."
유안거가 영문을 몰라 다시 물어 왈,
"공의 말은 믿을 수 없지 않소. 부질없이 남의 집으로 하여금 수욕을 당하게 하는 것이나 아니겠나뇨?"
박어사가 다시금 두 세 번 타일러 안돈 시킨 후에 즉시 구천동을 떠나 서남 방면으로 향하여 가는데 침침칠야에 수로를 무릅쓰고 봉학을 넘어 칠십리 무주읍에 당도하니, 날이 이미 밝아오더라. 그 고을에 노문(路門) 출두를 할 것이오대, 당황한 중에 어찌 체면을 차리리요. 불문곡직하고 삼문 앞에 대어 들어가 마패를 친히 집고 암행어사 출두를 부르니라. 벽력같은 마패소리가 무주읍을 진동하니, 육방이 뒤집히고 사린이 소요하여 본읍 군수는 잠결에 일어나서 혼비백산 도망하는데, 역졸이 모여들면서 공방을 호령하니 본읍 관속이 차례로 헌신하여 어사를 영접하여 객사로 모시거늘, 박어사 일변 좌정하여 본관을 청하여 보니, 본관의 성명은 임해진이라 하는 사람일러라. 이 때 군수가 혼비백산하여 들어오는데 박어사는 본관을 대하여 초두에 물어 왈,
"본 고을에 재인 광대의 수효가 얼마이더뇨?"
하매, 본관은 겁결에 육방을 지휘하여 우열을 불문하고 부하의 모든 광대를 대령케 하니, 그 수효가 대단히 많았더라. 어사가 호령하되,
"땅 재주 잘하는 자만 선택하여라."
하거늘, 본간이 광대를 시켜 삼문을 뛰어넘게 하매, 그 길반 가량의 삼문을 뛰어넘는지라 분부하여 그 중에서 효용이 절륜한 자로 네명을 골라잡은 후에, 지필을 친히 잡고 군복 다섯 벌을 견본으로 그림 그리어 본관을 내어 주며, 화본에 의지하여 군본을 짓되 오색을 각각 나누어 시간 내로 들여라 하고 호령이더라. 본관이 황망하여 받아보니, 복색이 심히 흉한지라 관하를 지명하여 오색군복을 즉시 바치게 하니, 그때에야 어사는 본관이 경동하였음을 안위한 후에 네명 광대로 하여금 군복을 영거하고 덕유산속으로 향하더라. 해는 이미 높이 솟았으며, 이 때 유안거는 어젯밤 과객의 말을 반신반의하나, 권구(眷口)에 대하여 그 때에 차마 하수치 못하고 날이 점점 밝아오매, 천운거의 집에서 혼구를 준비하여 자기 집 대청을 수리하고 교배청을 벌이는지라, 유안거가 이 거동을 보고 진작 죽지 못한 것을 한할 뿐일러라. 오정이 다가오니 천가의 집 부자가 떼를 지어 들어오매, 내정으로 돌입하여 늙은 최씨 부인과 그 며느리 김씨 부인을 붙잡아 앉히고 지분으로 다스리더라. 유씨일문이 황황망조하여 어쩔 줄을 모르더니, 정한시간이 임박하매, 천가의 노소가 천운거의 부자를 옹위하고 들어오는데 두 사람의 복색이 일반으로 머리에 사모를 쓰고 허리에 각띠 했으며 발에 수혜를 신고 차례로 앞뒤에 서서 마당을 밟아 들어오니, 구천동 백여호가 일시에 모여들며 다투어 구경하고 서로 말하기를,
"이와 같은 혼례는 우리 인간에 처음 있는 일이로다."
하고, 탄식해 마지아니하더라. 신랑 두 사람이 교배청에 이르러 천운거는 좌편에 서고 천동수는 우편에 서서 목안(木雁)을 차례로 돌리며 신부가 나오기를 재촉하거늘, 이 때 홀연 마당 한 가운데서 구경하던 사람이 물결같이 갈라지며 일위 신장이 황포 황감에 황모복월을 비끼어 들고 지진동 사황기를 높이 들어 엄연히 걸어 들어오거늘, 보는 자들이 모두 황겁하여 한 옆으로 비껴 서며 감히 눈을 들어 바라보지도 못하더라. 그 신장 엄연히 교배청으로 들어가 중앙에 정좌하더니, 손에 가진 항모복월로 교배상을 벽력같이 한번 치며 왈,
"동방 청제대장군!"
하고 크게 부르나니, 그 소리가 일변 떨어지며, 공중에서 청령하는 소리가 산곡이 진동하며 일위의 신장이 마당 가운데로 떨어지니, 청건 청의(靑巾靑衣)에 청룡기를 높이 들고 각항저방 심미기를 응하여 좌청룡 동방에 비켜서는 바일러라. 중앙 신장이 다시 복월로 땅을 치며 가로대,
"서방 백제대장군!"
하고 부르니, 여전히 공중에서 청령하는 소리가 일어나며 일위 신장이 마당으로 떨어지니, 백호기를 높이 들고 규필체류 위묘삼을 옹하여 우백호(右白虎)서방으로 완연히 서는지라. 중앙신장이 다시 황모복월을 높이 들어 교배상을 치면서 왈,
"남방 적제대장군!"
을 부르니, 청령 소리 다시 공중에서 일어나며 일위신장이 떨어지는데 적건 적의(赤巾赤衣)에 주작기(朱雀旗)를 높이 들고 정귀유성 장익진을 옹하며 남주작 남방으로 서거늘, 중앙신장이 다시,
"북방 흑제 대장군!"
을 부르니, 여전히 흑건 흑의(黑巾黑衣)의 한 일위 신장이 현무기(玄武旗)를 높이 들고 두우녀 허위실벽을 옹하여 북현무 북방으로 서거늘, 사방 신장들이 방위를 정한 후에 중앙신장이 높이 소리 질러 가로되,
"나는 중앙 황제대장군으로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이 곳에 이르렀도다. 상제께서 명하시기를 무주 구천동 오늘 신시초에 괴악한 무리 두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을 잡아 바치라 하시기로 내 제위신장을 불렀나니, 사방신장은 합력 하여 이중에 사모관대한 두 사람을 잡아갈지어다."
하거늘, 사방신장이 일제히 청령하며, 교배상 앞에 허재비같이 서 있는 천운거와 천동수 두 사람을 문밖으로 잡아내어 독수리같이 몰아가니라. 이 날 유안거의 집에 모여 있던 남녀노소가 신장의 위엄을 보고 다 각기 도망하여 제 집 방안으로 들어가서 숨어 있으매, 미처 도망하지 못한 자는 혼이 빠져 천지를 분별치 못하더라.
이 때 천운거의 부자를 잡아간 사람은 곧 박문수 어사이니, 본읍에서 데리고 온 광대 네명에게 군복을 입히어 유안거의 집을 사방으로 뛰어 넘어 들어가서 천운거의 부자를 압령하여 나오다가 구천동 삼십리 박에 나와서 광대를 호령하여 천운거의 부자를 때려죽이어 깊은 산골에 파묻은 후 광대를 각기 후히 상주어 돌려보내더라, 박어사는 그 길로 나서서 전라도를 다 본 후에 서북사도를 차례로 암행하고 한양으로 돌아와 성상께 아뢰어 배복하니, 성상이 기꺼워하사, 박문수의 직품을 높이어 정이품(正二品)을 하사하시고 내직으로 선용하시더라. 삼년이 지나가매, 남방이병화 이후에 인정이 오히려 요요한 바 있어 다시 박문수를,
<삼남 수의어사> 로 파송(派送)하시니, 박어사는 봉영하고 영남 삼도를 시찰케 되었더라. 그의 발길이 자연히 전라도 덕유산 아래에 이르렀으니, 박어사는 연전에 구천동 들어갔던 일을 문득 기억하니 어언간 십년이 되었거늘, 유안거의 그 후가 어찌 되었는가 알고 싶은 생각이나 유리걸객 모양으로 다시 구천동에 이르니 이왕에 보지 못하던 와가 한 채가 반공에 솟아 있거늘, 박어사가 의아하여 와가로 찾아가니, 십년면목이 의아하기도 하나 주인의 성명이 곧 유안거더라. 박어사는 마음속에 크게 반가와 하였으나, 유안거야 어찌 박어사를 알 수 있으리요. 밤이 늦은 후에 박어사는 유안거를 대지여 그후의 일을 물으니, 그가 대답한 내용은 이러하더라.
"내 이곳에 들어 온지 십칠년이라. 들어온 후 오늘에 이르도록 동리청년을 가르치었으나, 처음에는 공급이 넉넉지 못하더니 십년전에 이곳 호인 구천양성이 재물을 합자하여 이 집을 지어 나를 주며, 그후부터 주민 하여호가 매년 수화 중으로 내 집에 지공하는 것이 적배
아니하여 그 수입에서 해마다 남는 것을 저축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이 수백석에 지나나 주민이 진공은 해마다 증가되어 가기만 하니 가세가, 자연히 풍족하여지더이다."
하거늘, 박어사는 다시 묻되,
"어찌하여 십년이래로 주민이 군의 집을 위하여 진공하였더뇨?"
"내 일찍이 신도(神道)라는 것을 믿지 아니 하였아오나, 그런데 이곳에서 그것을 믿지 아니치 못할 일이 생겼사옵니다. 이곳 토민을 도와 그 일을 목도하매, 십년전에 내집과 이곳 천가의 집 사이에 불미한 관계가 있어서 내집이 곤욕을 당하고 집안이 장차 멸망하게 되었었지요. 그 때 우연히 하늘에서 옥황상제께서 오위신장을 내려보내시어 내집과 혼란이 있던 천가 두 사람을 잡아 올려 가신 후로 오늘날까지 시체도 내려오지 않지 뭡니까. 그 일로 본토민들이 대경실색하여 서로 경계하되 저 집을 곧 하늘이 아는 집이니 감히 존경치 아니치 못하리라 하면서, 서로 다투어 발기하여내 집을 위하여 동중에 갑제(甲第)를 지어 주며 면년이 지공을 융숭히 하니, 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무슨 덕이 있어 하늘의 이와 같은 은혜를 받는고? 도리어 두려운 마음이 생겨 이곳 토민의 자제들을 정성껏 가르치매, 지금 이곳 신진 청년은 십년전 이곳 사람에 비하면 개명한 사람들도 많이 있삽니다."
박어사 다 듣고 왈,
"상제(上帝)의 은혜를 감사할 뿐이로소이다."
하며, 다시는 말이 없이 그 이튿날 구천동을 떠나오게 되었더라. 박어사는 남방을 진무(鎭撫)한지 수개년에 수의사또(繡衣使道)를 하직하고 내직(內職)으로 다시 올라가니 그후로부터 사방이 태평하여 인민이 안도하며 조정에 일이 없게끔 되매, 영조께서 한가하실 때에 노련한 제신들을 모아 각기 평생의 경력을 말해보라 하고 하교하시니, 박문수 옆에 뫼시고 있다가 덕유산에 들어가 구천동을 다스린 일과 유안거의 전후의 말을 주달하니, 영묘조 이르시되,
"그후에 유안거를 다시 만났을 때에 어찌하여 상제의 은혜를 말하고 경의 일은 말하지 아니하였더뇨?"
"신이 그 때에 신의 일을 말하면 신이 구천동구를 나서지 못하고 죽는 것은 고사하고 유가의 일문이 망하면 그 다음 구천동 인민이 다시 화액지망이 될 것이 오라. 만일 오늘 이 자리가 아니면 평생에 어찌 개구하리잇가?"
상감이하로 제신이 모두 박문수의 도량을 절찬하여 마지아니하더라.
박문수와 버릇 나쁜 아이
※ 자리가 정돈되자 죄중 모두가 이 분으로부터 무슨 얘기든 먼저 나와야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고, 그로써 제보자가 이들 그룹 속에서 차지하는 지체와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서 우선 한 마디 꺼낸 이야기가 이것이다. 아마 어느 곳에서든 가장 무난한 이야기쯤으로 생각한 이야기인 듯 하다.
박문수가, 어사를 해서 암행어사루서라무니 경상도를 네러갔어. 경상도 땅을 네러가서라무니 <최부자>네집 아마 그 근방을 갔던 모냉여.
그래 산골짝에를 가닝꺠, 오두막집이 있는데, 그 오두막집이서나는 아들 하나를 뒀어. 그래 이 동네는 뚝 떨어져 익구, 단 두 내외 사는디, 만득으루다가설랑 아들 하나를 뒀단 말여.뒀는디, 저녁 먹, 이게 아마 서너너덧 살 인제 됐덩가, 둘이 내외 저녁이머넌 앉이머넌 심심하닝깨,
"야! 저 느 아버지좀 가서 한 대 때려라 야."
그라먼 즈 아버지를 가서 인제 톡 때린단 말여. 그라먼 즈 아버지가 또
"느 어때좀 가서 함 번 때려라 야."
이걸루다가 사뭇 해서, 이것 커두 말여. 아 그게 인제 커 가지구서는 끝끝내 그 짓을 햐. 그 으른얼 이렇게 때리는 버릇을 높치지 않구 있단 말여. 그래 아이를 갈치면 되겄는디, 배우, 문견이 옴오가지구서람은 보구 배웅 것이 옴어서 즈이 부모네를 그렇게 때린담 멸여. 그라닝깨 그 박문수 박어사가 그 쩍이 돈을 닷량 주면서,
"네 이것을 가지구서라무니 가서, 생선을 사가지구, 그 인제 저, 아무디 그 가면은 그 부잣집이 있다. 그 집이를 좀 가지구 가서 팔어 봐라."
그란단 말여. 그래 그 집이 누구네 집이냐 하면은 '개무덤에 최부자'네 집여. 그래 글루다 가서 생선을 지궐랑은 인제 가잖앳어?
그란디 마침 그 집 아덜이 장이를 가서라무닐랑 생선을 사가지구, 그 인제 저, 아무디 그 가면은 그 부잣집이 있다. 그 집이를 좀 가지구 가서 팔어 봐라." 그란디 말여. 그래 그 집이 누구네 집이냐 하면은 '개무덤에 최부자'네 집여. 그래 글루다 가서 생선을 지구설랑은 인제 가쟎앳어?
그런지 마침 그 집 아덜이 장이를 가서라무닐랑 생선을 가지고서라무닐랑은 막 들어온 뒤에 이 생선장, 생성장사는 그 집이를 당도했단 말여. 그런디 마당이서라님랑은 베를 짜구, 저 저 베를 날어서라님랑은 한 옆이서는 부인덜이 매구 인제 그럭하는데, 이 생선장사가 들어가서,
"생선 사쇼오."
하구 들어가닝꺠,
"아이구, 우리집이서라님랑은 금방 배깥 양반이 가서라님랑 사가지구 오셨는디. ha처럼 왔으닝깨 그냥 보낼 수 욱구 하닝깨 그람 사야겄다."
구. 그 안에서,
"그래 이 생선 이게 월마치냐?"
구 그랑꼐.
"내가 닷 량을 주구서라님랑은 사 가지구 왔시다."
그 곧은 이는 곧은 이지. 장이서 닷 량을 주구 사가지구 왔이닝깨,
"닷냥을 사가지구 왔음니다."
"그래 닷 량 사가지구 와서 이 먼 디 와서라님랑 닷 량을 받어 가먼 되겄느냐?"
구. 그래 열 량을 주더란 말여. 꼽얼. 주면서라님랑은,
"밥이구 먹구 가라."
구, 그라는디. 그 막 인제 그라는디, 그 아들이 또 금방 장이 (갓다)왔다가서라님랑 워디를 또 가게 되는디, 아버지게다 가서람니 절을 하구 가.
"저 워디 가서 다녀오야겄습니다."
그란단 말여.
"그,람 다녀오너라."
그런디, 이, 그럭저럭하다가서는 인제 저물데 됐덩가 위쩄덩가 이 생선 장사가 가지를, 즈이집이를 대지를 못하게 됐어. 날이 인제 거시개가지구, 그래서 거기서라님랑,
"날두 저물구 했는디 워디 사느냐?"
구 하닝꺠,
"아무디 산다." 구
"그레면 가덜 못 할 게닝꺠 하룻 저녁을 자구서 가라."
구, 그 집이서라님랑은 인제, 그래서 있는디. 갔다 오더니 또 절얼 햐, 인제 아 그 집 아덜이. 그래 그걸 애가 참 눈 익혀 봤어.
"그래 진지 많이 잡수쇼."
하구, 응, 그라는 소리를 꼬옥 득구서는 그 이튿날 인제 즈이 집이를 왔어. 아 오더니 즈 아부지보구라님랑은 그 전이는 잘못해면 툭툭 때리구 그랬는디. '저 자식이 오면은 또 한 대 맞으려니'인제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구 있능 기여. 그런디 어려서 때릴 적이는 안 아펐는디. 아 이제 커서라무니떄링깨 인제 아푸단 말여. 떄리지 말라구 해두 봉 것이 그게닝꺠 워트갸? 이건 인사가 그 때리능 겐 줄 알구, 그,렇게 떄리니,아 오더니 절을 한단 말여. 아 참 평생에 아덜한티 절얼 한 번 받어 보닝깨 참 기가 맥히지.
"아 이게 워짠 일여?"
"아아무집이를 갔더니, 나갈 적이두 절하구 들어올 적이두 절허구 많이. 진지 많이 잡수라구 합디다."
"그려?"
그래 인지 그 저 뭐여. 박문수 박어사가 들어가 보닝꺠, 인제 사램이 됐단 말여.
"너 그레면 사램이 됐다. 앞으루는 당최 부모 때리지 말구. 응. 그럭하구 워디를 가면은 간다구 하구, 오면은 온다구 하구 으른에게 자꾸 그렇게 인사를 디리라."
구 그래 그렇게 갈쳐라무니는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더랴.

박문수 어사의 실수

※동제 이장님의 안내를 받아 제보자의 사랑방을 방문해서 이야기판을 열고, 처음으로 이것부터 들었다, 그는 체질화된 이야기꾼은 아닌 듯했지만, 유틍한 제보자로 안내방문까지 받은 터라 내심 적지 않게 득의한 표정이었다. 구연에 앞서 가볍게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 보이곤 해쓴데 그 접이 다소 한적한 판의 분위기를 적절히 조쟁해 나가는 데 좋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태도는 결코 심각하거나 격렬하지는 않았고, 대체고, 자신의 구연에 대한 보조설명에 머무는 정도였다.

박문수 박어사 그 분이, 어사를 두 차계 무사히 잘 하구서, 돌아가 가지구 세 번째 네러오는 도중에, 참 네러오다가 한 살골짝이루 들어서가지고 인가부도처헌 디. 이렇게 네러와. 네러오는 찰나에, 하 뭐 풀은 수북하고, 그 뭐 덩쿨여 뭐 이렇게 있는디, 그 좁은 길을 이렇게 어얼매를 참 시름없이 네러오는 그 찰난데. 아 네러오다 보닝꺠 웬 사람이 하두 냥찍겨서 오는디 말여. 아 막 금방내 죽을 상을 하구 쬑겨 오면서, 그 오다가 이렇게 쳐다보니까 그 사람이 막 떠 올라온단 말여. 그러면서,
"하이구! 사람 좀 살리라."
구 막 소리질러,
"그래 웬일이냐."
구 그라닝깨,
"하여튼 불문곡직하구 나 좀 감춰 달라구. 이 뒤에서 나를 죅일라구 지금 쫒아오는 사람이 있잉개 제발 나를 좀 살려 달라."
구. 그래 가만히 생각하닝꺠, 어트게 할 수는 욱구, 그래 그 옆이 보닝꼐 이런 숲이 있어서, 숲 속이다가 이케. " 이리 들어가라."
구. 그래 그를 감춰 놓구서 어얼매 쪼꼼 네러 오니가. 아니나 달러? 어떤 사람이 하 시퍼런 비수를 들구서 막 쫒아오는디 뭐 눈이 샙빨개 가지고 이렇게 쫒아왔단 말여. 그러면서 떡 만나더니, 아 당장에,
"너 이눔. 여기 사람 하나 가능 거 몹봤냐?"
이렇게 묻거던" 그래서 아 이걸 어트게 우물쭈물헐 수두 욱구, 그래서 그냥,
"몹봤다"
구 그걸 살릴라닝께 결국 몹봤다구 할 수 밲이 더 있느냐 이거여. 그래,
"몹봤다"
구 그러닝꺠, 아 칼을 모가지다 디려 대면서 말여.
"금방내 일루 강 것을 몹보다니 그거 될 말이냐."
구 말여,
"당장 안 알켜내먼 망여, 이 칼루다가 찔러 쮝인다."
구 말여. 아 이렇게 막 협박을 하닝깨, 어터겨? 어사라두 뭐 할 수 옶지뭐. 그런 산골짜기서, 그거 도리 있쟈 이거여. (웃음)그래서 인저, 워트가. 이리 저리 당황하다가, 아 이뉨이 칼을 가지구 대구 모가지를 져누구이러기 떄민에, 할 수 옶이 참 알으켜 줬다 이거여. 알으켜 주닝개 뭐 득달같이 그 숲속이 가 가지고 그 줌얼 대번 찔러 죽이구서 저는 저대루 가뻐린다 이거여. 그래서 박문수 박어사가 기가 맥혀서, 아 그래서 데려오면서 고옴곰히 생각하닝개, 연대까장(여태까지)참 어사를 멥번 댕여두, 다아 그래두 참 어려운 일이건 쉬운 일이건 해결을 봤는디. 이거 참 사람 하나를 자기 눈이루 죽이능 걸 보닝개 마음이 안됐다 이거여. 그래서 참 시름읎이 네려 와가지구 자기 볼일을 보구, 그러구서 참, 옛날에 그 한양이지.
한양으루 올라가서 인저 저언부 고허구, 그러구서 자기 집이를 돌아갔었다 이기여. 그런데 자기집이 돌아올 떄 자기 아내와 아들 하나가 있었어. 그래서 인저 물론 사람이 에, 무슨 일을 잘 허면 자기두 기뿌구 남두 기뿌구 그러지만서두 자기가 이저 그런 처사를 잘못했기 때문에 참, 항시 마음에 꺼였해가지구서 그래 수십이 그득한 그런 표면이라 그거여. 그래 집이를 들어가닝깨, 그 아들이 참 '인제 오시느야'구 인사를 허구서, 그러구서 표면을 보닝깨 자기 아버지가 참 이상시럭게 그 수심이 가득헌 그러헌 얼굴을 가지구 있다 이거여. 그래서 인저 그 아들이 자기 아버지한티 참 물어봤다 이거여.
"아버지는 이번이 갔다 오시먼서 워트기 안색이 좋지 못허시니, 무슨 일이 있었덩가요?"
이렇게 물으니까,
"그래 익기는 있는디. 너 알거 웂다."
아 그러구 인저 박문수 박어사가 인저 거절을 했다 이거여. 그래두 그 아들은 그 궁거워서. 멫번이나 참 재촉을 해가지구서는,
"아 부재지간인디, 그래두 아버지 그 그렇게, 저헌티 말씀 못헐 게 뭐 있느냐구. 저두 좀 궁금허구. 또 아들이래두 알어가지구, 해결헐 회책이 있으면 해결을 허구, 응, 이러시능 게 좋지 않습니까?"
그러구 참 누누히 그 아들이 참 얘기하는바람에, 그래서 할 수 옶이 언저 박문수 박어사가, 입얼 열구서,
"그렁 것이 아니라, 내 이번이 네러가다가 아무 디 이러저러헌 그 산고랑이를 네러가다가 보니까 웬 사람이 참, 죽게 생겨가지구 도망질을 쳐 오는 모양인디. 워트기 할 도리가 옶어서, 거기서 그 숲속이다 가 춰놓서 좀 네러갔더니이, 아 참 웬 사람이 큰 참 비수를 들구서 이렇게 쫓아오며 떠억 가러막구서는 '사람 하나 도망가능 거 몹봤느냐.' 구 그래 '몹봤다.'구 그랬더니만 아 내게다 칼을 져누구서 '당장에 안 알으켜 내느냐.'구 하 이렇게 하는디, 안 알켜 주면 내가 죽게 생기구, 그래서 참 당황중에 워트게 하다가 알켜 줬더니, 대번 가서 그 사람을 쥑이구서 그 사람은 워디롱가 사라져 버렸는디. 내가 그 사람을 살리지 못항 것이 참 맘이 껌림칙해서 그래서 그렇다."
그러구 얘기하거든. 그러닝꼐 그 참 아들들 말이,.
"참 아버지가 참 고명하시구 그렇다 하더래두 참 이번 처사는 잘 못됐습니다. 그거 아주 쉬웅 걸 그랬습니다. 응?"
"아 뭐이가 쉽단 말이냐?"
"그때는 변명을 잘 허 허시야합니다."
"그 워터게 허야 하니?"
"아 그때 아버지가 그 사람을 감춰 주구서 눈을 따악 강꾸서 봉사 행위를 했으먼 되지 않습니까? 봉사를 하면서 더듬더듬허면서 물어두? '아그쎼 소리는 여기 나기는 났었는디 이 워디루 갔는지 내가 보덜 못허닝까, 이, 내가 알겄느냐.' 이렇게 했으먼 그 사람은 사능 것 아닙지까? 그러닝꺠 인제 참, 박문수 박어사가 무릎을 탁 치며,
"과연 그렇구나. 응? 나보덤두 참 니가 쇠견이 넓구나. 그게 그렇게 했더라면 내가 그 사람을 살리구, 내가 참 마음이 이렇게 꺼림칙하지 않을 텐디이."
그랬다구. 그런 얘기를 하구서 그 아버지가 즈 아덜을 칭찬하구. 그리구서 인저, 결국, 끝맺응 거여.

박문수 어사와 금패령(禁牌嶺)

※제보자의 사랑방에서 마을꾼 한사람이 동석한 가운데 이야기판을 벌였다. 자신이 이야기를 잘 한다는 사실을 은연 중 자인하고 있는 터인 데다 구연 욕구 또한 아주 적극적이어서 조사자의 유도가 별로 필요치 않았다. 기억나는 대로 쉬엄쉬엄 이야기를 계속 들려줬다. 맨 처음 들려 준 것이 '원태조(元太組) 홀필열 이야기였는데 아마 평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 듯 했다. 이어서, 조사자가 다른 데서 들어던 암행어사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그게 본디 박문수 이야긴데 그렇게 까지 와전돼 버렸다며 개탄스러워했다. 바로 그에 대한 확실한 내막을 정확히 일러 주겠다는 태도로 구연해 낸 게 이 이야기다. 어려서 북청에 있을 떄 들은 것이라 했다.

박문수가 이 하삼남을 다아 암행을 해가지구, 에, 치민 치정에 대해서 다 흑백을 다아 밝히고, 그러구서 이북으루 넘어가가지구 이 북삼도를 또 암행하게 되는디. 희산서 풍산 넘어가는 고개가 아주 어얼마 네러가다 허기가 져서 지쳐서 아주 기진해서 쓰러녔단 말여. 쓰러졌는디. 그 풍산, 그 고개 넘어 가먼 바루 풍산인데. 그 풍산에 그 산중에 어떠한 마을 여자덜이 수우십 명이 나물을 뜯으러 올라온 중에도 거루다가 맏동서와 둘쨰 동서는 용심이 좀 불량한...그.. 참 불효중에 여자란 말여. 그런데. 그 그 세쨰 동서는 척이나 좀 인자하구 인정이 있구 이러닝개 시부모가 그 시쨰 동서를 많이 사랑하구 애껴주능 것을 그 두 동서들이 시기가 많야. 그래 그 시기가 많어두 그 시쨰 동서 그 동서는 애기를 나서, 아, 한 백일이 지냈덩가 이런디에 나물을 뜯으러 모두 여럿이 올라갔으닝개 같이 나물을 뜯으러 올라갔다. 가서 보닝개, 에 고 펀펀한 디에서 어떤 선비가 씨러졌으닝개,
"아이구. 저니가 혹 기진해서 쓰러지지 안했능가?"
하구서 쫓아가 보닝깨 과약기언 (果若其言) 기진헌 선비란 말여. 그러닝깨 기진한디는 기갈을 채우야, 어, 정신ㅇ르 차릴 것이라구, 그 애기 멕이던 것(젖)이 뚱뚱 불은 젓(젖)을 입이다가 짜 늤단 말여. 짜 느닝개 이 선비는 그 짜 놓능 걸 생키며 두러눴는디, 무한이 이 양 짝 젓을 멕일 동안에 시간이 좀 걸렸던 모냉여. 그러닝꺠 맏동서와 둘쨰 동서가 그것을 보구서는 바삐 집으루 쫓아갔단 말여. 자기 집이럴.
"끝이 동성사가 산지슧이서 워떤 선비 의관한 사람하구 찌구 두러눴다."
구. 그러닝개 그 두 부녀가 시기있는 부녀에 남편두 역시 마음이 유허던 못하던 모냉여. 유순털 못했덩개벼. 동네 사람덜얼 모두 총동해가지구서는 쫓아 올라갔단 말여. 그 선비를 때려 죽일라구. 아 '우' 쫓아 올라가닝개 이 부인은 그 선비가 젖 두통을 빨아 벅구서 정신을 차려서 다 죽게 생깅 것을
"부인이 나를 살렸으니 부인이 누구시냐?"
구 그러닝개,
"저는 이 아랩말에 아무 박씨에 부녀라구. 이렇게 기진해서 졔우 젖만 좀 마셔서 요기가 안될 테닝개 즈 집이 들어가서 찬뱁이래두 좀 잡수시구. 그러자 여러 수십명이 달려들어서,
"이 고햔 눔 같으니라구 남으 젊은 부녀 유부녀를 찌구 드러눠 있다니 이거 될 수가 있단 말이냐?"
구. 막 몽딩이루 패닝개 엉겹결이 이 박문수는 어터게야 거기서 생명을 보존헐까, 이 생각으루다가 옆에 있는 마패 끄트머리를 조금조금 비쳐 줬단 말여. 그러닝깨 그 옆이 사람덜이 그만 동뒹이를 내뻐리구서,
"에, 사또꼐 죄를 졌다."
구 모두 굴복을 하거든. 그러닝개,
"당신네덜두 몰르구 헌 일이구, 나는 이 고개를 넘다가 기진해 가지구 이 어지신 부인을 만나서 생명을, 어 다시 갱생이 됐이닝깨 이 은혜를 보답을 어트거야 옳을 지 모르겄노라."
구. 그래서, 에, 그 부인하구 같이 네러와서 그 남자들두 역시 같이 배향해서 그 집이를 들어가서 보닝개 박씨에 부인여. 그래 박씨덜이 모두 잘못했다구 사과를 하구 빌구 이런 다음에는, 바루 박문수는 그 풍산읍이 들어 가가지구 그 박씨를 불렀어. 박씨를. 시아버니와 그 시숙이라는 이를 모두 불렀어.
"그대가 나를 살렸으니, 내 그 보답을 할 테니 은, 그 소원이 뭐냐?"
이릏게 물응게, 박씨는 졔우 소원을 말한다능 것이 그 앞에 가서 풍산 읖 앞에 가서 큰 못이 있는디 못이 연어가 나. 연어가 해마둥 많이씩 잽히는디 연어 그 살을 매가지구 연어잽이 하머넌 돈을 큰돈을 버능거 그것이 장 부러워서 '그 연어못, 어 獨權을 주시시먼 그것이 원이라'구 그랬단 말여. 그러닝깨 박문수가 웃으면서,
"어허허. 제우 바라능 것이 그 연어못 그 독권해서 그 괴기잡이 해서 돈 버능 것이 원이냐? 그렇지만 나는 그걸루다가 내 생명을 재생세켜 주는 그 은혜를 보답을 못하닝개, 풍산 원보구서 베 백석을 받을 것을 이 박씨에 셋째 아들, 앞으로 해 줘라."
이래서 그 그렇게 해서, 베 백석 받을 것을, 에 풍산읍이어서 그 박씨게루다가, 에, 증명을 내주고.
그러구서는 나라에 장계를 했어. '사실이 여차 여차했습니다.' 구 그러닝깨 상감께서 깜짝 놀라시면서 무패령으루다가 명령을 네렸어.
"패 있는 사람은 거기를 넹기지, 넘어가지 말어라. 그 고개가 워느니(워낙) 질차구 그러닝개, 에, 패 있는 사람은 그 고개를 다시 넘어가지 못하게 해서 아주 금패령이라구 해라."
해서 그 희산서 풍산 넘어가는 고개가 금패령이라는 고개가 있어요. 지금두

박문수 이야기

박어사가 잠영을 시골로 내리올라고 그래 내려 오는디, 이제는 어사가 내려온단께, 이전은 다 길을 고친단 말이여, 구식에. 길을 고치는디 어사가 거길(거기에를)지내는디, 어떤 사람이, 여기 일하는 사람이 말이여, 길 고치는 일꾼이 "어사고 개좆이고 이 자식이 뭣 헐라고 와서 사람을 죽일라 그라는고." 그렇기 이야기를 했단 말이여 길 고치다가. 아, 그래놓고 본께로 어사가 그곳을 지내거든. 이거 인자 죽었어. 생각해 보니 죽겄어.그래서 인자 그놈 욕을 그렇게 어사가 얻어 먹고는 그 옆에 사람보고 그 사람집을 물었어, 그집을. 그집을 물은께 갈차줘. 그 집을 찾아갔단 말이여. 아이 찾어 갔는디, 이 사람이 어산줄 아는디, 저거 집을 왔은께 인자 우리는 죽었다 싶어. 인자 완전히 죽겄거든. 그래 이 사람이 가만히 생각을 한께 욕을 해야 쓰겄어, 욕을. 인자 그사람도 대통이 있는 사람이여. 욕을 해야 쓰겄어서 어사가 집에 와 있는 것을 저거 부인 보고 말이여. 저거 처 보고 하는 말이,
"오늘 저녁에 좆만한 제살 지낼 것인디 그러구 있나?"
그러거든. 어사가 들어본께, '아하, 요놈이 욕으로 득세를 한 놈이로구나.' 아, 그래서 거기서 자는디, 이제 제사도 아녀 거짓꼴로 그래 시방 어사한테 욕한 거 띠일라고. 아, 그래서 인자 어사가 거기서 자는디, 아 이것들이 제사 모싰다고, 제사 지냈다고 저녁에 야참을 푸지게 가져 왔어. 갖고 와서, "손님, 쬐깐한 뭔만한 한 놈 하나 제살 지냈는디, 안 겁니다." 그러거든, " 어이 걸다." 고 인자 잘 얻어 먹고. 아침에 가만히 생각해 본께, 이놈을 그저 둬서는 안 되겄어. 무척 가난한디 이놈을 부자를 좀 만들어 줘야겠어. 그래서 그 고을을 가면서, 어느날 어느 시에 자기가 그 고을로 들오라 그랬어. 그래서 그 고을로 인자 어사가 가가지고는, 뭔 말을, 어사가 어떻게 한고는 하면, "이 고을 부자를 싹 잡아 들이라." 그랬어.
그 고을 원 보고, 그런께 부자를 전부 잡아 들였단 말이여. 잡아 들이는 그 순간에 이사람이 갔어. 간께 어사가 그냥 보선발로 훅 뛰어 나오면서, "아이 당신이 어째 오시나?"그러거든,
그러면서 절을 한다 말이야. 아따 그런께 부자놈들이, 잡혀간 놈들이 박문수 어사를 본께 겁이 나. 그래서 대단히 부자들 갖다 집어놓고 따져놓고 본께 다 죄가 있거든. 그래서 인자 하여간 그 박문수 그 어사 당숙한테다 말을 하믄 죄를 면해 나갈 것 같혀. 그런데 돈 안 주고 어떠하지? 돈을 많이 주고 내 죄를 면해 주라 그런단 말이여. 아, 그는 돈을 호자 호빡 받고 와서, "아, 그러면 내보내라 그라지 그 뭐여?"
그 사람 기냥 돈벌이 시킬라 그라는디, 그래가지고 부자를 여럿이 돈을 많이는 안 받고, 조금씩 받어가지고는 그 사람 잘 살게 해주고 갔어.

어사 박문수와 이진사

박어사라면 이조 오백년을 통해 놓고 아주 명어사 아닌가? 글공부를 하고 인자 과거를 보려고 서울을 올라가는, 가다가 날이 저물어져서 한 말을 찾아들어, 한 백여 호쯤 되는 부락이 떡 벌어지는데, 그 가운데 큼지막한 기와집이 한 채 있거든. 그래 인자 그 집에 가서, 그날 저녁, 하루 저녁 자고 인자, 아침에 일어나 갈 판인디 주인이 이진사라고 하는디, 같이 안 사랑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을 안 자고 수심을 해. 아주 수심이 만면해가지고, 참 목불인견이여. 자꾸 한숨을 하고 하고, 박문수가 보니까 대단히 안타깝다 그말이여. 뭣인가 깊은 곡절이 있어뵈.
"아, 진사님 실례 말씀 겉십니다마는 제가 보건데 진사님께선 뭣인가 깊은 수심에 잠겨 있는 듯 합니다. 그 좀 통경해 주실 수가 없습니까?"
"허허 선부 눈에도 그렇게 뵈이오? 내가 수심이 많게 뵈이오?"
"그렇습니다."
"그럴 것이요 내가 지금 기가 맥힐, 못 당할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무신 못 당할 일을 당했단 말씀이요?"
"내가 아들 하나 독신을 두어서 글공부를 시키고 장가마저 보냈던 것인데, 장가 간 첫날 저녁에 온데 간데가 없이 아들이 없어져버렸습니다. 범이 물어갔는지? 도깨비가 차 갔는지? 누구한테 피살당했는지? 원인을 모르오. 법에 의해서 할수 없이 며느리가 지금 남편 없는 내 집으로 지금 우거를 해가지고 살아, 그래 내 맘이 편하겠소?"
"하, 그렇습니까? 참! 이거 듣다 보니 정말로 너무나 참 가엾을 일입니다."
그래 어사가 생각하니 '첫날 밤에 신랑이 좌우간 없어졌다.이건 필연코 장갈 가가지고 저쪽 여자하고 무슨 배후에 남자 관계, 이런 것이 얽혀서 혹 피살당하지 않았는가?' 이런 의심도 갈 거 아닌가? 그래 원래 선천적으로 수사에 막 타고난 양반인지라, 참 추리를 자꾸 해보지.
그럭저럭 그날 밤을 지내고 인자, 아침에 밥을 자시고 그날 어사는 인자 거기서 더 있을 수도 없고 서울을 인자 과거를 응하기 위해 올라간다.
해가 일모가 되가는디, 서울쪽 저 쪽에서 웬 초립동 하나가 걸어와, 자기는 서울 올라가는데 그래 초립동을 이렇게 서로 스쳐서 몸을 시쳐 비키는데 초립동이 먼저 말을 건넨다 그말이여. "선부 어딜 가시오?" "예, 나 서울 가요."
"서울 뭐 과거 보로 가시오?" "예, 나 과거를 보러 가요." " 과거 끝나버렸습니다."
"아, 여보시오, 과거 날짜가 아뭇 날 아무 달인다, 아직도 오일이나 남었는디, 어찌 과거가 넘어갔단 말씀이오?"
"아, 나가 지금 과거를 보고 온디요? 아 장원 글까지 나가 다 보고 온디요?" 그러거든,
"하, 이거 이럴수가! 아, 그러면 장원 제목이 시제가 어떻게 났십디오?"
"낙조라고 났십디다." 떨어질 낙재 비칠 조재, "그러면 장원 글이 어떻게 지은글이 어떻게 장원이 됐답니까?" 이러니까, "어 내가 그럼 생각나는대로 불러 주리다."
"낙조토홍 괴벽산 하니 한아척진 백운간을 문진행객은 편응급이요 심사귀승은 장불한이라.
방목원중에 우대영하니 망부대상 첩저발을 창연고목 계남리에....
아 뒷짝을 모르겠네여. 기억이 안 납니다 그려."
이 얘기가 그래요. 낙조라고 하는 것은 뭐인고는 석양의 경치라, 해가 지금 서산에 막 떨어질랄 때에, 그 태양에서 광선이 막 나잖아, 촥촥 응? 그 광경이여. 그런께 석양, 석양 광경이여, 해 넘어 갈 때 일락서산의 광경이여.
그러니 그뜻은 뭐인고이는, 낙조토홍 괴벽산이라. 석양에 떨어지는 그햇살이 붉은 것을 붉은걸 걸토하면서 벽산에 걸치니, 푸른 서산에 걸치니 그 말이여, 넘어가던 해가.
한아척진 백운간이라. 찰 한자 가마구 아잔디, 그건 한아란건 뭐인고이는 가마귀가 아니라 해에서 나린 색, 그 말하자믄 광선이여. 그것이 촥촥 백운 사이를 재지러드라. 구름 사이를 척척 안 뻗치던가. 이렇게 빗대어서 , 응? 바로 그 광경을 나타낸 거이여.
문진행객은 편응급이요, 행객이, 지내간 길손이 나룻밸 탈라고 나루를 물어서 가는 길손이 작대기가 뻑뻑히 급해. 작대기질이 지팽이질이 바쁘단 말이여. 빨리 갈라고 해가 넘어 가니까. 십사귀승 장불한이라. 동냥 나왔던 절 중이 동냥을 해가지고 절엘 돌아오이께, 작대기가 한갑들 못허더라. 응, 빨리 갈라고. 방목원중에 우대영하니, 소를 떡 놔서 믹인 그 두렁, 동산에 해가 서산에 넘어간께, 그림자가 반쯤 비친다 그 말이여. 한쪽만 띠여, 소에가.
망부대상 첩저발은, 남편이 출타를 했는디 작은 마느래, 첩이 그 자기 남편이 돌아온가, 자꼬 뒷재, 잿몰랑을 밤낮 바라본다. 그말이여, 해가 넘어간께 오까 싶어서.
그런께 뒷 귀밑 머리가 자꾸 내려가지, 머리가 요렇게 창연고목 계남리하니 계남리 동네 마을에 창연, 푸른 연기, 저녁밥 헌엽기가 계남리 동네 고목을 휘감고 돈다 그 말이여, 밥헌 연기가 그래 놓고, "모른다여, 뒤짝은. 잊어불고 망심을 해서 모른다." 그기여.
"아 그래. 그러냐고 알겄다." 하고 '그러면 분명히 과거가 끝이 났는데 이상하다. 그래도 나가 서울에 가야겄다.' 싶어서 서울에 올라가서 보니, 과거가 안 넘어 갔어. 과거가 안넘어 갔단 그 말이여. '참 묘한 일이지? 과거는 안 넘어 갔는데, 어찌 그렇게 그사람은 나한테다 가르쳐 줬는고?' 차차 과거 날짜가 돼서, 딱 과정을 들어가니까 시제가 딱 걸리는데 낙조라 나오거든, 참! 이거 묘한 일이지? 그래서 아까 그사 람 한 대로 그 '낙조토홍 괴벽산, 한아척진'이렇게 쭉 썼단 말이여. 쓰고 인자 마직막아ㅔ 가서 '창연고목 제남리' 해놓고는 자기가 갖다 글 붙인거여. '단발초동은 농저환이라.' 머리 자른 머리숲을 짜른께 그 머리 짜른 초동 나무허는 애기. 농저환이라. 피리를 불고 들오더라. 아 목동애기가 시방 떡 나무짊어지고 나무 해가지고 시방 피리 불면서 집에 들온다 그 말이여. 석양경치를 그러기 때리 붙일라거든.
그 말이 그려 시관이 딱 보더마는, "하, 이거 신작이라고 , 사람이 이렇게 지을수 없다."
"끝 구절은 사람, 인작이라." 고. 말이 그래. 그라고 박문수 어사가 딱 장원아 됐거든. 그래가지고 내중 인자 암행어사가 되어서 그 진사집을 들어갈 거 아닌가, 먼저 그집을. 들어가서 인사를 드렸어. 그래 진사는 박문수가 어사된줄 모르제? 충청 암행어산디.
"이 마을 서재가 어디가 있소?" "아무 곳이나 있소"
서재를 갔다 그말이여. 서재를 떡 가서 인자 선생을 뵙고 관재자를 딱 보니 보기 좋게 이상한 놈이 하나 보이거든. 차근차근 심사를 놓고 본께 그 이진사 며느리하고 같은 마을에 산 놈이여. 어른이 영리하고 수사에 능한 양반이라 '틀림없이 저놈의 자식이, 이진사 며느리된 여자하고 처녀 총각시절에 눈이 맞어 좋게 지내다가 이진사 아들이 장가를 드니께, 그 날 저녁에 처치하지 않었는가?' 이렇게 추측했다 말이여. 그러나 그것을 그 막연이 추측이지? 근거가 없잖아?..
그래 이진사 집에 하루 저녁 더 잤어. 자다가 밤이 야심해서 살짝 방에서 나와가지고 그 집을 한번 자명을 한단 말이여. 어사가 그러믄 인자 이진사 며느리 방이 별도로 있제, 저 모퉁이 가에 며느리방 부근에 가서 딱 저 은신을 하고 동정을 살피는데, 아 담 뒤 담넘에서 돌이 하나 날아오더구만은 그 문에 가서 맞아 딱 소리가 났어.
그런께 그 밤에 밤이 깊었는데 이진사 며느리가 썩 나가더마는, 옛날 백목 베, 백목을 한 끝을 담장 너머로 이렇게 축 넘겨 주거든. 그런께 왠 총각놈이 타고 내려온다 그 말이여. 그러더마는 이진사 며느리 방으로 들어가. 아 그러더니 둘이서 그냥 불 켜놓고 술 권하고 양껏 먹고 기양, 희희낙낙을 한다 말이여. 그래 보이께 '고놈이 틀림없이 서당에서 본 놈이여. 낮에 서당에서 본, 그 심사도 하고 그 동네서 왔다는...' 인자 확정이 잡혀버렸지? 그래가지고 다음날에야 역졸들을 전부 출동해서 그 출도를 쎄리 부혔거든.
그래서 그 놈을 잡아 와갖고 인제 고문을 했제이? "너 이놈 바른데로 말해라. 니죄상을 말해라." 아 어제 , 그 과객으로 서당에 들린 사람이 암행어사거든, 인자 보니까 그래 사람이란건 양심이 있고 다 자기가 죄인이란것에 다 지 발에 떨 것 아니가?
"이진사 아들 니가 죽였지? 이놈 바른대로 말해라." 그거서 뭐 발 뺄 수가 있어?고백을 하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어떻게 죽였느냐? 시체를 어쨌냐?" "예, 이 죽을 죄인이 참 겁절에 죽여가지고는 목을 홀켜 죽여갖고 그 앞에 그 큰 소, 깉은 소에다가 갖다 집어 넣어버렸습니다." "인자 알겄다." 인부를 출동시켜 깊은 소를 막 한 사날 펐거든. 퍼고 나서 보니까. 이진사 아들, 죽여갖고 거기다 빠뜨린 데 가만히 아직 정좌를 하고 있더라네. 벌써 일 년이 다 지냈지마는 안색 하나가 안 변했어. 보니까 자기한테 글 가르쳐준 그 초립동이여, 서울과거하러 갈 때 글 가르쳐 준 초립동이. 얼굴이 틀림없거든..
그런디 귀신이 신도가 그렇게 밝은거라. 사람이 죄 지믄 그건 절대로 천지 신명이 보고 있는거라. 그걸 탁 밝혀버리는 것이야, 그걸. 그래가지고 그 원수를 갚아 주었다 말이지. 그것이 이렇게 돌아가. 첫째이, 박문수, 어사 돼갖고 , 첫 그것이 첫째 쾌사라. 아주 상쾌한 유쾌한 복수 사건.

박문수와 팥죽장수

박문수 박어사가 하행으로 잠행을 댕기다가 어딜 길가에를 간께로 늙은 할매가 팥죽을 보고 있어. 그란디 뵈기에 문수 뵈기에 괘씸하거든. 콧물을 흘리고 그래가지고 음식을 만들면서 참 부정하게 만든다 말이지. 속으로 괘씸했지. 저 여러 사람 먹을 음식을 저러큼 부정하게 만든다고 해서. 그뒤에, 그뒷날 새로 왔단 말이여. 그 뒷날 그 자리에 또 온께 또 하거든.
그래 인자 그 노파를 불렀어.
"노파!" 그런께로, "어짠 일입니꺼? 뭘 살랍니꺼?" "그 음식이란 건 어찌하면 깨끗한 것인가?" 이렇큼 박문수가 물었다 말이여. 이란께 그 노파 대답이 뭐인고 하니, "예, 음식은 안 보믄 깨끗합니다." 음식은 안 보믄 깨끗한 거이지. 어째기나 안 보믄 깨끗해. 그란께 문수생각에 사람이 아무리 여자라도 그 한 답이 괜찮거든. 대체로 음식을 안 보믄 깨끗하지. 안 볼적에는 다 깨끗하지. 보믄 인자 보믄 병이요 안 보믄 약이라고, 안 보고 한께로 '안 보믄 깨끗한 것 아입니까?'이러큼 대답을 한 때문에. 혹 '잘못했다든지 이란다믄.' 좋지 않을꺼인데 첫말에 '음식은 안 보믄 다 깨끗한 겁니다.' 그러큼 대답을 한께, 그란께 당장 올라가서 그 노파를 데려다가 팥죽장사를 하지 말라 그라고 팥죽장사가 자기에게 지나치다고 팥죽장사를 데려다가 가서, 국가에 가서 그 여자를 데려다가 사용해 썼더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네.

박어사와 오누이

박어사가 잠행을 댕겨, 잠행을 댕기는디 참 아까 그 지사같이로 잠행댕기다가 인가가 떨어졌어. 그서 한 골 하나를 들어가닌게로 오누간으 살어. 암도 옶이. 오누간으 사는디 단 둘이. 그런디 나이를 물어보면 다 이십이 벗었어. 그전에는 이십 살이라먼은 다 숫차고 다 그러는데. 부모는 언제 죽었내고 물으닌게로 죽은지가 한 팔년 양친이 다 돌아가셨다고, "그 너그 둘이 이렇게 사냐고." 그런게, " 그렇다고." 그런게시나, "그러니 내가 저물어서 가든 못허고 여그서 하룻저녁을 자고 가야 허니 어떻게 허끄나?" 헌게, "아, 기무시고(주무시고) 가시라고." 가만히 보닌게 자는디 여것들이 오누간에 나이가 수찼는디 제대로 자냐. 저, 한밤중이나 되아서 그런게로 암튼 그 남자는 오빠가 되고 여자는 동생이 되는디, 다 수차서 이놈이 낮이 일을 되게 허고 헌게 코를 곯아 자치고 그러는디 새를 타고 들어 갔어. 새(사이)를 타고 가만히 들어가서 큰애기 한티로 다리를 얹어. 다리를 엱은게로 가만히 들어거 이렇게 한쪽으다 놔 큰애기가. 그서 얼마나 있다가 또 한 번을 디리얹어. 또 한 번을 드리얹은게 가만히 내리서, 또 들어내. 일어나더니 한숨을 '후휴'허니 쉬어. "오빠." 깨어. "얼매나 이렇게 되게 오늘 일을 혔간디 잠을 , 이렇게 되간디, 자는가?"그런게, "아이 왜." "아이 기양 두 번이나 내기다가 들이얹고 그리드먼." 그 박문수 박어사가 가만히 생각헌게 참 기특허기가 말 헐 수가 없어.그러서 인자 꼬치꼬치 물어갖고서는, 그렇게 한 칠팔 년 그렇게 되는디. 팔 년 동안을 그렇게 오누간으 삼서 그렇게 깨깠이 지냈대서, "어, 내가 이 질로 올라 가서 내가 서울이 가서 내가 신랑될 사람을 구해 줄터니 시집을 가고, 너도 이제 그 신랑될 사람이 너를 찾어. 너를 찾을 틴게로 그리 가먼은 또 너도 몸 주체를 헐거여. 근게 내 말을 꼭 들어라." "아, 들으나 마나 허지요." 그서 얼마 안되닌게 서울에서 어떤 남자 하나하고 여자하고 둘이 왔어. 둘이 와서는 보닌게 큰애기 인물이 참 좋거덩. 그러닌게 인자 자그가 그 며느리를 삼을라고, 며느리를 삼을라고, "나를 좀 따라 가먼 어쩌겄냐고." 허닌게로, 그 인자 뭤이냐 그 박문수 박어사가 헌 말은 있고 허닌게 인제, "너를 댈러 오는 사램이 있어. 근게 새양(사양)말고 그 양반 따러 가보라고." 아, 따러 가서 보닌가 참 훌륭헌 집이여, 가정도 좋고, 아 그런디, "너를 내가 며느리를 삼었으먼 좋겄다. 그런게 맘이 어쩌나."허닌게로, "저 같은 불초헌 사람을 이런 댁으서 며느리를 삼다니 너무나 황송합니다." 허닌게, "이렇게 생각 말고 내 말을 들으라고." 그러서 인자 거그서 참 날을 받어 갖고 그렸는디, 그 신랑될 사람이 바로 훌륭혀, 참 요새로 허먼 어느 회사 같은 디 참 사장으로 있어. 그러닌가 그리 인자 시집을 가서 얼매 안치아서 그 오빠 이얘기를 허닌게로 "모두 데리고 오라"고, 그 또 인자 거그 와서 그 회사에다가 넣고서 일도 시기고 심바람도 하고 그러고 있는디 뭐 뱄섰는가(배웠겠는가)? 그런게 보통일도 시기고 근게 그 회사에서 그놈을 여울라고 허닌게로 여그서 큰애기가 나오고 저그서 큰애기가 나와, 잘 살었드라네.

박문수와 말이 험한 사람

박문수 박어사가 해필 모 심굴 때 어디를 돈디(도는데)어사가 언다곤게 강 그 모심다가 지을 고치고 야단이란 말여. 그런게 그 잊자 여럿 있는디 가서 한 사람 보고, "어째서 이렇게 모를 안 심구고 이 바쁜 데 질을 고치고 야단이냐?"고 , 근게 그 남자 말이, "(퉁명스럽게) 어산가 내 좇인가 온다고서 이런다오." 그런게 이자 이사람이 인자 지내간 뒤어 옆에서 인자, "너는 죽었다. 거 어사다." 그런게 걍 집이 와서 걍 병이 나버렸어. 병이. 그리서 인자 앓고 드러눴은게 저그 부인이 차꼬 물은게 그 말을 갈쳐줬어. "오늘 내가 그렇게 실수힜다." "아, 뭐 그런 것 갖고 걱정이냐?"고. "오늘 가서 저 장을 봐 오라."고, 장을 접 봐 오라고 그서 인자 그날 장만히서 인자 장만허고 그런디 박문수 박어사가 인자 요놈이 어떻게 생긴 놈인가 허고 그집이를 가서 저녁판이 가서, "하릿 저녁 자고 가자."고 그맀어. 근게 거그도 인자 그걸 알거 미리서 인자 사랑이다 준비를 히놨은게. 그러자 사랑방으서 자는디, 새복짐 되야서 인자 음식을 걸레 채리갖고 가서 인자 전 부인이 아까 '이 음식이 무신 음식이냐'고먼 '어째라'고 말 갈쳐줬어요. 근게 인자 새복에 음식을 채리갖고 와서 인자 그 어사앞에다 좋고, "암것도 아니지만 좀 드시라."거 그런게, "아니 이밤중에 무신 음식이냐?"고 근게, "엇저녁에 울 어머니 제산가 내 좇인가 지냈다."그런게 어사가, " 아 이놈 풍악을 헌다." 주둥이 그렇게...

박어사의 지혜

박문수 박어사가 팔도 재명을 대니다가 무주구천동을 가니까 아 구천동 산골에 들어가서 보닌게 산골에 가서 고루골백이 즐비허드래요. 즐비혀서 거기를 떡허니 찾아 들어가 보니까 저 한쪽 변두리에 가서 쪼그만한 집 하나가 있는디 그 집이 불을 써 놓고 있어서 주인을 찾어가지고 들어가니까 주인들이 서로 붙들고 울더래요. 내오간에. 그래서 그 사연을 물었어요. 사연을 물으닌게, 전주 이씬디 나라에 득죄하고 그 산골에 와서 살면서 참 노복을 많이 데리고 와서 사는디 그 결국은 자손이 비약혀져갖고 슬하에 뭐 똑똑헌 자식없고 노복이 강성혀가지고 주권을 그냥 노복이 뺏았어요. 뺏어가지고 사는디 그 노복중에 순호가 상처를 혔는디. 그 산속에서 마땅히 사람을 구할 수가 없으니까 그 상전을 죽이고 부인을 뺏어가지고 살을라고. 날 날을 받어가지고서는 아무날이 결혼날이다 허고서는 그 결혼식만 마치면은 그 상전을 죽여번질라고 허닌게, 내외간에 그걸 어떻게 회피헐 길이 없으닌게 거기서 참 둘이 붙들고서 주야로 통곡만 허고 있는 그 차에 박문수 박어사가 거기 도착을 혀갖고 그 얘기를 듣고는 누구보따 뭣허까 밤 오경 그대로 관가에로 갔던 갑디다. 가갖고 관가에 가서 어사 표시를 하고는 명을 내리기를,
"여기서 의복 500벌만 장만허고 방맹이 단단헌 남기로 500개만 깎고 그역졸중에 제일 영리허고 날쎈 역졸 500명만 뽑아줘야 한다. 에 근디 그 의복 500벌을 만드는디 어떻게 만드는고 허니 청색으로 100벌, 벅색으로 100벌, 백색으로 100벌, 흑색으로 100벌, 황색으로 100벌 혀서 500벌을 만들고 그 의복 하나를 별도로 짓는다. 그 의복은 어떻게 짓는고 허니 짐승털로 전부 싸서 짐승 모냥으로 만들고 대가리가 뾰죽하게 허고 눈 나올디만 빤하게 혀서 그놈을 둘러쓰면은 사람이 안 뵈이도록 한벌을 만들어라."
그 참 어사의 명령이라. 관가에서 어떻게 서둘렀던지 그 놈을 인자 사흘이 되었던지 언 열흘이 되었던지 기한내에 딱 만들었대요. 만든게 사람 500명을 딱허니 불러가지고는 전부 한가지 색으로 100명씩 딱 나눠주고,
"나 시키는 대로 들어야지 늬가 만약에 나 시키는 대로 안 들으면 의그도 죽고 나도 죽으닌께 명심혀라." 허고는 그 산골을 들어갔어요. 들어가가지고 밤으 가서(기침소리) 사방으다거 100명씩 딱허니 배치를 혀놓고 중앙에다 100명을 배치혀 놓고는 어떻게 혔던지 허서 수로의 지붕말랭이로 올라갔어요. 올라가서는 지붕으가서 그 털 옷을 탁 둘러 쓰고는 짐승마냥으로 우뚝허니 서서는 소리를 고래소리 지르닌게 아 이놈들이 대내지를 타고 모아서 그냥 움덕움덕 허다가 거기를 모두 죄아다 보고 섰거든. 그인게 거기서 외치는 소리가 뭐라고 허는고 허니,
"아무개는 들어라. 내가 천상으서 옥황상제의 어명을 받어갖고 여기 내려왔노라. 늬그가 부칙헌 행동을 혀서 늬그를 다 잡어죽이라고 명령을 혀서 왔으니 늬그는 꼼짝말고 섰거라." 아 그러더니만, "중앙의 황제장군." 허닌게 누런 넘들이 그냥 와서 마당 가운데에 가 휙 들어서고 아 그저는, "동방의 청제장군."허닌게 그 놈 100명이 와서 딱 집을 에워싸고, 아이, 사방 군사를 딱 불러서는 집을 에워싸 놓고는 황색 의복 입은 500명이 방맹이를 들고 대님서 이놈도 때리고 저놈도 때리고 헌게 죄 맞어 죽어뻔졌더래요. 그저는 진압을 시켜놓고 떡허니 와서 그 내외분을 교자에 잘 모시고 거기서 그 은금보화를 죄 탈취허고서는 그 골짜기에다 불을 딱 질러버리거 그렇게 와서 서울로 모셔가지고 와서 그 내외분을 잘 살게 만들고 그렸다고. 팔도의 재명은 힜어도 재명헌 가치가 없었는디 그것은 가치있는 짓을 한 번 혔다고 그럽디다.

- 어사 박문수에 얽힌 전설 10가지를 실었습니다.(한국고전문학대전집, 정문연 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자료입니다.) -